관련링크
원효와 하이데거의 대화
도서구매하기
|
-
책소개
하는 일들이 다 입현의 문이고(事事皆爲入玄之門)
가는 곳곳이 다 귀원의 길이다(處處咸是歸源之路)
이 글은 원효가 『보살영락본업경菩薩瓔珞本業經』에 대한 소疎의 서문
에서 한 말이다. ‘영락’이란 아름다운 구슬을 가리키니, ‘보살영락본업’이
란 구슬처럼 아름다운 보살의 본래 업무, 즉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면서
(上求菩提)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하는(下化衆生) 대승 보살의 길을 가리
킨다. 불교에선 깨달음이야말로 궁극의 진리이니, 이런 진리는 동아시아
특유의 사유에선 하늘(天)의 시원적인 검은 어둠(玄)을 의미하고, 철학의
보편적 사유에선 인간과 세상의 궁극적인 근원(源)을 함축한다.
시원적인 어둠의 오묘한 진리(玄)가 우주 만법의 궁극적인 근원이라
면, 그런 진리에 들어가는 문(入玄之門)은 어느 특정한 하나의 문이 아니
며, 그런 근원에 돌아가는 길(歸源之路)은 어느 특정한 하나의 길이 아니
다. 그러므로 사사事事의 하는 일들이 다 입현의 문이고, 처처處處의 가
저자 서문_5
| 저자 서문 |
6_ 원효와 하이데거의 대화
는 곳곳이 다 귀원의 길이라고 한다. 어떤 진리가 근원적일수록 거기에
이르는 길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불교적이라기보다는 다소 도가적인 풍모를 지닌 이런 생각, 즉 근원
적일수록 다원적이라는 자못 거창한 생각을 필자는 소위 비교철학을 시
작한 지 이십여 년 동안 줄곧 간직해 왔다. 동東과 서西, 고古와 금今의
차이는 물론이고, 같은 시대 같은 지역의 사상이라도 그것이 학파라는
경향성을 지닐 때, 그 사상들의 다기함은 상이한 듯 보이는 양자를 비교
하려는 이의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그러나 이런 당연한 차이들에
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사상들은 ‘진리란 무엇인가’, ‘우리는 사물을 있
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는가’,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우주의 근원은
무엇인가’,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자아와 영혼 같은 것이 있는가’ 하는
것을 공통의 관심사로 삼았었다. 결국 아무리 달리 보이는 사상도 사람
의 생각이라는 점에선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한마디로 근본은 서로 통한
다는 말이다.
이 ‘근본’을 종래의 철학에선 우주의 ‘근원(제일원인)’이나 사물의 ‘근거
(Grund)’ 등으로 간주해 왔으나, 이 책에서 필자가 주제화한 ‘근본’은 인
간의 삶과 세상에서 바탕이 되는 ‘본래의 자리(本處, Da)’라는 뜻이다. 이
런 본래의 자리를 탐문한 대표적인 ‘근본의 사유자’가 바로 원효이고 하
이데거이다. 왜냐하면 그런 자리에 바탕을 두고 중생의 마음 작용(衆生
心)과 일체법의 생멸生滅 현상이 비로소 가능하게 되는 그 본래의 자리
가 원효에서 ‘진여眞如’이고, 그런 자리에 바탕을 두고 인간 현존재의 마
음씀(Sorge)과 존재자의 역사적 전개(Geschick)가 비로소 가능하게 되는
그 본래의 자리가 하이데거에서 ‘존재(Sein)’이기 때문이다.
인식의 한계와 실천적 극복이라는 점에서 용수와 칸트를 비교한 책이
출간된 지 십여 년이 흘러, 근본의 사유자라는 점에서 원효와 하이데거
저자 서문_7
사이에 대화를 모색하는 본 저술이 세상으로 나간다. 일종의 비교이기에
불교와 철학 양 진영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할 이런 궁벽한 분야에 이런
정도의 책이라도 쓸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저술
지원사업 때문이었다. 무릇 국가라는 것이 공기와도 같아서 평소에는 그
존재조차도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이번만큼은 국가 연구지원 조직의 후의
에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본
저술의 간행에 힘을 써 주신 동국대학교출판부의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
사의 말씀을 전한다. 다음에는 좀 다른 문제를 가지고 내 자신의 사유 자
체를 근본의 자리로 침잠시킨 책을 쓰고 싶다.
불기 2557년 초여름
목멱산 기슭의 연구실에서
怡堂 김종욱 씀 -
목차
■ 저자 서문 _ 5
1장 철학의 대화, 대화의 철학 13
1. 비교와 대화 _13
2. 근본의 사유 _17
2장 존재관의 전개 23
1. 하이데거의 존재관 _23
1) 하이데거에서 존재란 무엇인가? _23
(1) 존재의 사태 _25
(2) 존재와 존재자의 차이 _32
(3) 존재의 망각 _37
8_ 원효와 하이데거의 대화
차례
차례_9
2) 존재자성과 표상인식 _46
(1) 존재자성의 계보 _46
(2) 주관성과 객관성 _53
(3) 앞에 세움(Vor-stellen)과 몰아 세움(Ge-stell) _59
3) 존재와 발현 _66
(1) 니힐리즘과 무 _66
(2) 존재론적 차이와 서로-나름(Austrag) _74
(3) 존재의 역사와 발현사건(Ereignis) _80
2. 원효의 존재관 _87
1) 원효에서 존재란 무엇인가? _87
(1) 존재론과 실상론 _87
(2) 실상과 결정성 _92
(3) 연기와 진여 _98
2) 진여와 생멸 _105
(1) 진여와 중도 _105
(2) 진여와 공성 _110
(3) 심진여와 심생멸 _115
3) 진여, 일심, 여래장 _121
(1) 생멸상과 무명 _121
(2) 진여와 무명 _127
(3) 일심과 여래장 _133
3장 인간관의 전개 143
1. 하이데거의 인간관 _143
1) 하이데거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_143
(1) 이성적 동물 _144
(2) 주체-주관-주인 _151
(3) 현존재와 현-존재 _158
2) 실존과 탈존 _166
(1) 지향성과 개시성 _166
10_ 원효와 하이데거의 대화
(2) 세계내존재와 마음씀(Sorge) _171
(3) 실존과 탈존 _177
3) 자유와 내맡김 _180
(1) 존재의 밝힘과 자유 _180
(2) 퓌지스와 사물 _187
(3) 회역(Gegnet)과 내맡김 _198
2. 원효의 인간관 _202
1) 원효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_202
(1) 중생과 중생심 _203
(2) 중생심과 아리야식 _208
(3) 일심과 불성 _213
2) 삼세와 육추 _224
(1) 잠재의식과 삼세 _225
(2) 구체의식과 육추 _231
(3) 자아의식과 진아 _234
3) 본각과 훈습 _242
(1) 염법훈습과 불각 _242
(2) 정법훈습과 시각 _245
(3) 본성과 자성 그리고 본각 _247
4장 대화와 소통 257
1. 존재론적 차이와 무명 _257
1) 존재와 존재자 그리고 다르마 _257
2) 존재자성과 자성 _266
3) 표상인식과 생멸심 _276
2. 존재와 사유의 공속 _289
1) 무와 공 _289
2) 존재와 진여 _308
3) 발현사건과 일심 _319
차례_11
3. 본체와 현상의 공속 _329
1) 차연과 대사 _329
2) ‘본체 - 현상’과 ‘체 - 용’ _342
3) 탈근거와 무본지본 ― 근본의 사유 _362
■ 참고 문헌 _ 379
■ 찾아보기 _ 385 -
저자소개
김종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