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와 39인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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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붓다와 39인의 제자 이야기
이 책은 부처님의 제자들 이야기다. 45년 부처님 전법 기간 동안 만난 제자들 중 잘 알려진 인물 가운데 특히 그 삶이나 부처님과의 만남이 인상적인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로 초기 불교 문헌 및 그 주석서에 기술된 전승에 근거했다. 비구 19명, 비구니 9명, 우바새 6명, 우바이 5명 총 4부이다.
이 책은 부처님 재세 당시 혼란스러운 인도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권력욕에 눈멀어 부왕을 살해한 왕의 뒤늦은 후회, 풍요로운 삶 속에서 중심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이의 절규, 불을 섬기고 제식의 효능을 맹신하며 자만한 종교인, 질긴 애욕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고통 받는 여인들, 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이들……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이들은 과연 그 고통을 끝낼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도 붓다를 만나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붓다가 되어 세상을 밝혀 가야 한다
이들의 부처님과의 만남은 고통의 끝을 위해 준비된 선물이었다. 부처님을 만났을 때, 이들 애절한 삶은 오히려 깨달음을 위한 하나의 동인으로 작용한다. 부처님과 이들의 만남은 다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아간다. 평범한 또는 기구한 삶을 살던 이들이 부처님을 만나 깨달음을 얻고, 다시 그 제자들이 다른 사람의 붓다가 되고……. 보리수 아래에서 정각을 이룬 한 수행자의 깨달음이 사람과 사람을 통해 끝없이 이어져 간 것이다.
그 흐름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면 과언일까. 2,600여 년 전의 인도나 21세기의 현대나 사람의 삶이란 게 본질적으로 크게 다를 건 없을 것이다. 부와 명예에 대한 탐욕, 사랑하는 것에 대한 애착, 증오하는 것에 대한 분노 등 고통을 유발하는 원인은 거의 비슷하다. 분명 우리 주변에도 붓다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붓다를 만나고 있다. 또 우리도 붓다가 되어 세상을 밝혀 가야 한다.
* 책 속으로 *
형을 따라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건만, 태어날 때부터 우둔했던 출라판타카는 4개월 동안 시 한 구절조차 외우지 못했다. 앞의 한 구절을 외우고 나면 그 다음 구절은 잊어버리고, 다음 구절을 외웠다 싶으면 앞 구절은 생각나지 않았다.(…)
부처님이 그에게 내민 것은 하얀 천 조각이었다.
“출라판타카야, 너는 아무것도 외우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이천 조각으로 사람들의 신발을 깨끗하게 닦아 주는 일에 전념하면 되느니라.”
출라판타카는 부처님의 말씀에 따라 그저 천 조각을 들고 다른 출가자들의 신발을 닦아 주는 일에만 전념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부처님께 처음 받았을 때의 천은 새하얀 것이었는데, 점차 더러워져 지금은 처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때가 묻어 까만 천이 되어 있었다. 이를 본 순간 출라판타카의 마음은 동요했다. 무언지 모를 한줄기 빛이 그의 마음을 가로질러 달렸다.
-「총명함 대신 우직함으로 진리를 깨우친 출라판타카Cūḷapanthaka」 중에서(본문 151쪽)
머리를 맞대고 모의한 끝에 두 사람이 생각해 낸 부처님 살해 계획은 이런 것이었다. 먼저 한 사람이 가서 부처님을 암살하고, 이어 두 사람이 앞의 암살자를 죽이고, 이어 네 사람이 앞의 두 사람을, 이어 여덟 사람이 앞의 네 사람을, 이어 열여섯 사람이 앞의 여덟 사람을 죽인다. 마가다 국에서 이미 최고의 존경을 받고 있던 부처님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질 경우 벌어질 사태를 감당하기 두려웠던 아자타삿투와 데와닷타가 범행 흔적을 없애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실패하고 만다. 최초의 한 사람이 부처님을 살해하고자 다가갔을 때 그는 그만 부처님의 위력에 부들부들 떨며 온몸이 경직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부처님은 그런 그를 위해 법을 설해 주셨고, 그는 죄를 뉘우치며 우바새가 되어 버렸다. 그를 찾기 위해 갔던 다른 두 사람 역시 마찬가지로 부처님께 교화되었다. 이런 식으로 결국 마지막 열여섯 명까지 모두 뉘우치고 우바새가 되어 버린 것이다.
-「탐진치의 불에 스스로 타 죽고 만 데와닷타Devadatta」 중에서(본문 160쪽)
왕족의 집안에서 태어나 누구나 부러워하는 미모로 한 나라의 왕비까지 된 여인 케마. 아름다운 미모와 권력, 부에 대한 애착을 끊는 일이 어찌 쉬웠을까마는, 그녀는 부처님과의 만남을 통해 무상의 진리를 깨닫고 헛된 집착을 벗어던지는 용기를 보여 주었다. 모든 것을 손에 쥔 그녀의 버림이기에 더 위대하다. 다듬고 다듬으며 감추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추하게 늙어 가는 이 육체, 또 언젠가는 형체도 없이 허공으로 사라질 권력과 부富. 그 허망함을 알면서도 이것들에게 가차 없이 버림받기 전까지는, 아니 버림받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좀처럼 집착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이 어리석은 인간들의 행로이건만, 케마는 이 모든 것들의 허망한 실체를 적나라하게 들여다본 순간 미련 없이 애착을 벗어던졌다. 이 위대한 용기야말로 그녀를 부처님의 비구니 제자 가운데 최고라 칭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리라.
-「허망함을 깨달은 순간 버릴 줄 안 용기, 왕비 케마Khemā 」중에서(본문 229쪽)
그러나 환자는 도저히 한쪽 옆구리로 7개월씩이나 누워 있을 수는 없었다. 간신히 일주일을 버텼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3주 후에 완전히 건강을 회복했다. 그러자 지와카는 “그때 7개월이라고 말해 두었기 때문에, 그나마 일주일이라도 누워 있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라고 변명했다고 한다. 뛰어난 의술로 병을 고쳐 주기는 했지만, 오랜 세월 병으로 고통 받아 온 사람에 대한 배려나 연민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모습이다.
이런 지와카가 어느 날 부처님을 만나게 되었다. 죽림정사에 머물고 계시던 부처님이 병이 나자, 시자 아난다가 빔비사라 왕에게 청해서 지와카를 부른 것이다. 치료가 다 끝난 후, 부처님은 병과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주셨다.
“지와카야, 육체의 병보다 마음의 병인 번뇌야말로 더 큰 병이니라. 병은 무엇보다 그 근본을 먼저 치료해야 하느니라. 그리고 의사는 자비심으로 환자를 돌보아야 한다. 결코 이익에 집착해서는 안 되느니라.”
-「뛰어난 의술과 환자에 대한 진정한 자비, 명의 지와카Jīvaka」 중에서(본문 276쪽)
“보름 동안 제 남편의 시중을 들어 준다면 만 오천 금을 드리겠습니다.”
아름다운 눈꼬리를 살짝 치켜뜨며 고민하던 시리마는 이내 대답했다.
“그렇게 하지요.”
무슨 사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재미있는 제안이라 여긴 시리마는 곧 짐을 챙겨 그녀를 따라 나섰다. 그들이 향한 곳은 수마나 장자의 집이었다. 시리마에게 제안을 한 여인은 바로 수마나의 며느리 웃타라였다. 집에 도착하자 웃타라는 서둘러 시리마를 남편에게 데리고 가서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부터 보름 동안 이 여인이 당신의 시중을 들도록 해 주세요. 저는 그동안 부처님과 제자들을 초대해서 공양을 올리고 가르침을 청해 들으려 합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앞에 서 있는 시리마의 아름다움에 이미 푹 빠져 버린 남편은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마음대로 하구려.”
-「남편의 시중을 들어 달라는 제안을 받은 유녀 시리마Sirimā」 중에서(본문 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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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_ 우리는 지금도 붓다를 만나고 있다
비구比丘● 남자 승려
부처님의 첫 번째 제자 _ 콘단냐 Kondañña_| 013
사치와 호화로운 삶에서 길을 잃은 _ 야사 Yasa
불을 피우고 불을 섬긴 _ 캇사파 Kassapa 3형제
10대 제자 중에서도 제1의 제자 _ 사리풋타 Sāriputta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형 수행승 _ 목갈라나 Moggallāna
고행이 하나도 힘겹지 않은 _ 마하캇사파 Mahākassapa
물질 대신 법의 유산을 받은 부처님의 아들 _ 라훌라 Rāhula
감관을 제어한 자들 가운데 최상 _ 난다 Nanda
육체의 눈을 잃고 법의 눈을 얻은 _ 아누룻다 Anuruddha
눈짓만으로도 부처님의 마음을 헤아린 _ 아난다 Ānanda
명문가 자제들과 함께 출가한 궁중 이발사 _ 우팔리 Upāli
법을 알기 쉽게 풀어 전하는 능력자 _ 마하캇차야나 Mahākaccāyana
해상무역의 대상인, 빛나는 화술을 지닌 _ 푼나 Puṇṇ
‘지붕이 있으나 없으나’ 공의 진리에 으뜸인 _ 수부티 Subhūti
불교를 무척 싫어한 이교도 _ 바라드와자 Bhāradvāja
사람을 죽여 손가락을 목에 걸고 다닌 _ 앙굴리말라 Aṅgulimāla
총명함 대신 우직함으로 진리를 깨우친 _ 출라판타카 Cūḷapanthaka
탐진치의 불에 스스로 타 죽고 만 _ 데와닷타 Devadatta
부처님의 마부였다는 이유로 교만해진 _ 찬나 Channa
비구니比丘尼● 여자 승려
최초의 비구니가 된 부처님의 양모 _ 마하파자파티 Mahāpajāpatī
남편과 아들을 모두 출가시킨 부처님의 아내 _ 야소다라 Yasodharā
자식 잃은 슬픔을 딛고 수행자로 다시 태어난 _ 키사 고타미 Kisa_Gotamī
온가족을 잃은 슬픔에 알몸으로 헤맨 _ 파타차라 Paṭācārā
어머니와 딸에게 남편을 빼앗긴 기구한 운명 _ 웁파라완나 Uppalavaṇṇā
전신의 노화를 시로 생생하게 읊은 미녀 _ 암바팔리 Ambapālī
허망함을 깨달은 순간 버릴 줄 안 용기, 왕비 _ 케마 Khemā
남편과 나란히 출가의 뜻을 펼친 _ 밧다 카필라니 Bhaddā Kapilān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의 사랑을 잃은 _ 담마딘나 Dhammadinnā
우바새優婆塞● 남자 재가신도
부처님의 평생 친구로 불교에 공헌한 왕 _ 빔비사라 Bimbisāra
부처님을 모델로 선정을 펼친 왕 _ 파세나디 Pasenadi
막대한 재산을 올바로 사용할 줄 안 _ 수닷타 Sudatta
뛰어난 의술과 환자에 대한 진정한 자비, 명의 _ 지와카 Jīvaka
권력욕 때문에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_ 아자타삿투 Ajātasattu
부처님의 고향 석가 족을 멸망시킨 _ 위두다바 Viḍūdabha
우바이優婆夷● 여자 재가신도
말리 화원의 옥의 티, 노예 출신 _ 말리카 Mallikā
시아버지를 교화한 며느리 _ 위사카 미가라마타 Visākhā Migāramātā
남편의 시중을 들어 달라는 제안을 받은 유녀 _ 시리마 Sirimā
이교도 교리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_ 푼니카 Puṇṇikā
부처님과의 만남이 누구보다 아쉬운 여자 _ 마간디야 Māgandiyā -
저자소개
저자 이자랑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에 일본 도쿄(東京)대학 문학부 인도철학·불교학과로 유학을 갔다.
10여 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2001년에 「초기불교교단의 연구-승가의 분열과 부파의 성립-」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에는 동국대, 중앙승가대에서 초기불교나 팔리어, 율장 등을 강의했다.
율장이나 교단사 자료를 활용해 인도 불교교단의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아시아 불교교단의 역사에도 관심을 갖고 관련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저서로는 『나를 일깨우는 계율 이야기』가 있다.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