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클럽
도서구매하기
|
-
책소개
“빅토리아클럽” 내부 납품 비리를 둘러싼 인간의 추악한 이면과
정․재계를 넘나드는 음모와 스캔들의 향연.
한국인에게 있어 홍콩이라는 지명은 매우 익숙하지만, 관광이나 쇼핑 정보에 비해 홍콩의 역사나 사회, 문화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소개되어 있지 않다. 아마도 ‘변방문화’라는 인식 때문이 아닐까.
��빅토리아클럽��은 타이완 출신의 여류작가 스수칭(施叔靑)의 1993년작 ��維多利亞俱樂部��를 완역한 작품이다. 동양의 식민도시 홍콩. 그 먹이사슬의 최상층부에 있는 백인과 하이클래스 중국인들의 신분적 우월성의 상징이던 빅토리아클럽에서 수뢰사건이 발생하면서 소설은 시작되고, 관련인물들의 내면이 하나씩 밝혀져 간다.
아편전쟁 이후 영국에 할양되면서, 돈벌이를 위해 이주해 온 사람들에 의해 발전하게 된 도시 홍콩은 실로 다양한 인적구성을 갖고 있다. 이 소설은 근대 이후 홍콩에서 살아 온 다양한 인물들을 각각의 주체로 내세워 그들 간의 정치적 관계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홍콩사회를 축소해 놓은 정치경제적 지형도라 할 만하다.
1981년 10월 1일 오전 10시 정각!
빅토리아클럽의 구매주임 초위와이의 수뢰공모 사건의 예심이 시작되었다.
빅토리아클럽은 홍콩에서 간판을 내건 지 가장 오래되고 입회요구도 제일 까다로운 사교 클럽이다. 이는 대영제국 식민세력이 홍콩에 뿌리내린 가장 중요한 상징이며, 하이클래스 중국인이라면 초대받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신분상승의 계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100년에 가까운 화려한 세월이 지나자, 클럽은 더 이상 내부의 부식을 감출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추악한 스캔들이 발생하면서 ‘이 식민지적 신분을 상징하는 클럽의 명예는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다.’
철제 펜스로 둘러싸인 피고석에는 주인공 초위와이가 앉아 있고 언론사 기자들은 취재 노트를 쥔 채, 상체를 앞으로 쭉 내빼고서 내막이 드러나기만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독자들 역시 이 기자들과 비슷한 심정으로 페이지를 넘길 것이다.
‘구매’주임 초위와이의 비리는 하나의 매개에 불구하다.
줄줄이 엮여 나오는 식민지 홍콩의 암울한 역사.
이 작품은 클럽의 구매주임 초위와이를 중심으로, 그가 검거되고 조사받고 가택수색 당하는 상황과 위기를 벗어나 보려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 법정판결 장면에서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하지만 초위와이의 비리는 이 소설에 있어 하나의 매개에 불과하다.
작가는 초위와이의 사방으로 뻗어나간 인간관계를 따라 홍콩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스케치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건, 그리고 몇 차례의 화려한 성공과 좌절을 통해 동방의 진주 홍콩의 식민 역사가 눈앞에 펼쳐진다. 1981년 2월 11일은 초위와이 개인뿐 아니라 홍콩 전체로 보았을 때도 불행한 날이었다. 이 날 영국 국회는 전광석화처럼 국적법을 바꾸어 홍콩인이 영국에 이민 가서 거류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했다. 1997년 홍콩 반환에 대한 불길한 예감의 단초가 이때 이미 시작된 것이다. 초위와이가 파탄되어 버린 그날, 바로 홍콩 역사의 침몰이 시작되었다.
‘대형 쇼핑몰’로서의 홍콩이 필연적으로 품게 된 타락의 메커니즘
초위(徐)는 ‘구매’ 주임으로, 이는 소설 속 그의 경력이나 개인적 취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구매’는 초위의 직업이자 그의 오락이고 본능이다. 돈과 물건이 이동하는 동안 초위와이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사적인 이익을 취하곤 했다. 그는 상품과 상업교역에 있어 거의 미학(美學)이라 해야 할 애호를 갖고 있었는데, 그것을 그와 상사, 정부(情婦) 및 가족과의 관계에 확장해 가는 것은 끝없는 물욕 추구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30년 전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갈 당시 부들부들 떨면서 난생 처음 명품 브랜드 넥타이를 샀던 그는 이미 홍콩이라는 이 ‘대형 쇼핑몰’의 가장 경건한 지지자이자 대변인이 되었다. 하지만 구매주임의 직위에서 정직된 지 1개월도 안되었는데, ‘초위와이는 벌써 모양이 말이 아니었다. 그는 겁먹은 듯 사방을 둘러보았고, 옛날처럼 물건과 사람이 혼연일체가 되던 그런 느낌은 사라져 버렸다.’ 초위와이의 타락은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생존본능의 타락이었다.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 각자의 욕망과 탐욕이 점입가경으로 얽히고설킨다.
작가는 식민지 관료에서 댄스홀의 댄서에 이르기까지, 왕년의 운동권 학생에서 비즈니스맨까지, 유태난민에서 모던한 변호사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을 현란하게 버무려 스토리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었다. 이 인물들은 서로 포용하가다고 배척하며 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게 한다.
예컨대 초위와이 측 변호사 응이(吳義), 그리고 초위의 사건을 맡아 정탐활동을 하는 반부패특수부의 수사관 프란시스 동(董)의 경우 둘은 서로 대립해있지만, 초년고생이라는 배경에 있어서는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 응이는 그의 교수를 따라 빅토리아클럽에서 점심식사를 하게 되면서 기득권 세력으로 편입해 들어가고자 결심하게 된다. 동(董)은 반부패특수부에 들어가서 절박하게 상사의 권력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상승하려 애쓰지만, 욕망에 비해 만족하지는 못하고 있다.
인간적 욕망과 물질적 욕망이 합류하는 홍콩.
치너리의 중국 무역화, 갈레Galle의 유리제품, 피에르가르뎅, 아르마니, 디오르, 던힐……, 3일 밤낮을 고아낸 불도장, 홍콩달러로 4만 불 하는 비둘기 혓바닥 요리, 브랜디를 섞은 샥스핀……. 그렇다, 이것이 ‘스수칭식’홍콩이다. 미식과 패션을 끝없이 추구해가는 홍콩, 위아래로 서로 이익만 추구하는 홍콩이다.
모든 휘황찬란한 것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홍콩의 시간은 빌려온 시간이며, 홍콩의 역사는 소멸 중인 역사이다. 스수칭 작품 속 남녀는 그 공간에서 부평초처럼 떠돌며 이합집산을 거듭한다. 그들은 가장 괴이하고 사소한 형식으로 홍콩이라는 공간의 화려함과 그 속에 존재하는 운명적 요소를 증명해 낸다.
-
목차
저자서문
역자서문
빅토리아클럽
해설 왕더웨이王德威 -
저자소개
저 자∶ 스수칭(金良守)
타이완 루깡(鹿港) 출생. 뉴욕 시립대학 연극학 석사. 17세에 처녀작 「벽호壁虎」로 등단한 후 소설 창작과 전통극 연구에 종사해 왔고, 타이완의 정치대학(政治大學)과 담강대학(淡江大學)에서 강의했다. 1977년에 홍콩으로 거처를 옮겨 홍콩 예술센터의 아시아 아트디렉터로 근무했고, 정부로부터 제12회 국가문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요작품으로는 『빅토리아 클럽』, 『그녀이름은 나비(名叫胡蝶)』, 『온산 가득 핀 바우히니아(遍山洋紫荊)』, 『적막한 구름 드리운 정원(寂寞雲園)』 등 다수가 있다. 그녀의 작품은 타이완 『중국시보(中國時報)』 선정 “10권의 책”에 뽑혔고, 중국시보(中國時報)문학상, 『연합보·독서인(聯合報·讀書人)』선정 최우수 작품상, 타이베이 시 문화국 문학상, 상하이 『원후이빠오(文匯報)』 산문상을 수상했다.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역 자∶김양수(金良守)
성균관대학교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난징(南京) 대학과 일본 도쿄(東京) 대학에서 방문연구를 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공은 중국현대문학이다. 그동안 중국과 타이완의 현대문학 및 영화에 관한 논문을 여러 편 썼으며, 번역서로는 『100년간의 중국문학』(토마토, 1995), 『황제의 나라』(시공사, 2004), 『현대중국, 영화로 가다』(지호, 2001), 『오, 나의 잉글리쉬 보이』(푸른숲, 2006), 『베이징을 걷다』(미래인, 2008), 『흰 코너구리』(한걸음·더, 2009) 등이 있다. 최근, ‘중국 내 소수민족문학’. ‘동아시아 문학 속의 공통 기억’, ‘타이완 뉴웨이브 영화’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