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국의 문학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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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근대의 지도, 문학적 상상력을 만나다.
본래 문학은 장소라는 문제와 늘 밀접한 관련을 맺고 존재해 왔다. 장소가 작품의 배경을 이루든 단순한 자연경관으로 등장하든 간에, 그것이 문학의 본질을 구성하는 핵심적 부분 중의 하나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장소가 인간이 정주하여 살아가는 터전인 한 그것은 인간의 문학적 상상력을 구성하는 가장 일반적인 소재가 되어 준다. 이렇듯 장소는 인간의 행동 양식을 결정하고 삶을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개인적이거나 민족적인, 나아가서는 국가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요인도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장소는 단지 지정학적 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인들에게 평양은 ‘색향’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 조선을 ‘제국’의 일개 지방으로 표상한 일제의 속내를 해부한다.
이 책의 필진 중 한 명인 교토대학의 정종현 연구교수는 자신의 글 「한국 근대 소설과 ‘평양’이라는 로컬리티」에서 식민주의자들이 식민지를 섹슈얼한 여인으로 표상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지적이 아님을 전제한 뒤, 식민지 시기 일본의 문인 및 여행객들에 의해 조선의 평양은 기생이 많은 ‘색향’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고 한다. 그 근거로 조선총독부의 조선 여행안내 책자의 표지는 평양 출신인 듯한 기생으로 장식되곤 했고, 평양의 기생학교는 일본 저널리즘의 흥미로운 가십기사였다는 점을 들었다. 나아가 조선 전체가 ‘제국’의 일개 지방으로 표상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기획은 철저히 ‘내선일체’라는 정치적 이해에 복무하고 있음을 고발한다.
‘동경유학파’ 염상섭은 조국의 무산층을 잘 몰랐다.
- 『만세전』에 드러난 무산층의 문학적 소외와 초기 염상섭
이 책에서 동국대학교의 한만수 교수는 그의 글 「묘지의 근대화와 계급성」을 통해 염상섭이 무산층을 문학적으로 소외시킨 장면을 들춰낸다. 그는 ��만세전��의 처음 제목이 ‘묘지’였음을 환기시킨 뒤 당시 사회적 쟁점이었던 근대적 공동묘지 도입 문제와 관련하여 ��만세전��을 분석했다. 여기서 그는 유산층과 무산층이 일제의 <묘지령>을 반대하는 이유가 근본적으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염상섭이 이 모두를 아직 근대에 다다르지 못한, 그럴 의지가 없는 사람들로 묶어 버린 점을 비판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동경유학’까지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부유했던 염상섭으로서는, 매장을 불허하는 일제의 <묘지령>으로 인해 당장 죽어도 묻힐 곳이 없어질까 봐 두려워했던 무산층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것은 선조를 선산에 모시지 못하게 되는 것을 극렬히 반대한 유산층과는 다른 것이었으며 근대와 근대 미달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었던 것이다. 「묘지의 근대화와 계급성」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한만수의 글은 지리의 양태 변화와 맞물린 계급별 대응 양상 분석이 이채롭게 다가온다.
이 책 『근대 한국의 문학지리학』에는 금강산을 여행한 춘원 이광수,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 일제의 철도 부설과 ‘철도창가’, 미당 서정주의 피난 체험 등 지리와 관련된 다양한 관점의 문학 연구 성과가 모여 있다. 이렇듯 문학 속에서 장소가 표상되는 다양한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문학, 특히 소설의 역할을 역사 재구성의 영역까지 확장하게 된다. 이후로 식민지 시기 한국문화와 문학에 나타난 공간과 장소의 의미를 문학지리학적 관점에서 살피는 연구의 위상과 의미가 다시 평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책 속으로
조선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관광산업의 전개와 더불어 빠르게 그 추진력을 얻기 시작했다. 러일전쟁 이후 조선으로의 여행과 이주를 권유하는 가이드북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가이드북의 저자들이 그 여행을 권하는 이유는 조선이라는 장소에서 비로소 일본인들은 손쉽게 기업을 운영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19쪽
그렇다면 ‘내지’ 일본인들의 ‘평양’ 표상은 어떠하였는가. 식민주의자들이 식민지를 섹슈얼한 여인으로 표상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지적이 아니다. 식민지 시기 일본의 문인 및 여행객들이 남긴 조선에 대한 표상도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색향’으로 정평이 나 있던 평양은 그 중심에 있었다. 조선총독부의 여행 안내 책자의 표지는 기생으로 장식되곤 했고, 평양의 기생학교는 일본 저널리즘의 흥미로운 가십기사였다. ― 86쪽
염상섭은 대단한 작가였지만, 자기 계급의 세계와 생활감각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묘지령에 대해 하층민이 왜 반발하는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서도, 그들을 근대미달로 비판하는 오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 145쪽
기차와 같은 근대적 교통수단에 대한 감탄과 선망의 시선은 여러 신소설에서 나타난다. 그 압도적인 규모 및 속도야말로 문명 자체를 체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묘한 것은 이러한 기차의 종착점이 향하는 곳은 언제나 죽음 및 정조 상실의 위기로 충만한 아비규환의 지옥이라는 것이다. ― 171쪽
춘원은 1921년과 1923년 두 차례에 걸쳐 금강산을 다녀왔다. 첫 번째는 ‘동경 유학’에서 귀국한 아내 허영숙과 일종의 신혼여행차로, 두 번째는 가람 이병기 등의 친구들과 함께였다. 그 전에 그는 상해임시정부에서 그의 아버지 격인 도산 안창호의 귀국 만류를 물리치고 국내로 돌아온다. 그리고 두 차례의 금강산 등반 기간 사이에 악명 높은 준비론(準備論) 사상인 「민족개조론」(1922)을 집필하여 세인과 지식청년층의 비난을 받는다. ―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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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제1부 근대 도시의 문학지리
허병식 ■ 식민지의 장소, 경주의 표상
손종업 ■『 찔레꽃』에 나타난 식민도시 경성의 공간 표상 체계
정종현 ■ 한국 근대소설과 ‘평양’이라는 로컬리티
이현식 ■ 항구와 공장의 근대성
제2부 트랜스내셔널, 근대의 공간
한만수 ■ 묘지의 근대화와 계급성
조형래 ■ 신소설의 여성과 공간
김혜인 ■ 현해탄의 정치학
복도훈 ■ 미와 정치: 낭만적 자아에서 숙명적 자아로의 유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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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허병식_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손종업_ 선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정종현_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
이현식_ 인하대학교 인문학부
한만수_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형래_ 신흥대학 미디어문예창작과
김혜인_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복도훈_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오태영_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최현식_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고봉준_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정영효_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익균_ 동국대학교 국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