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송과 법조

저자서문

박사학위논문을 제출할 때까지 저자의 주된 관심은 이론적인 것에 머물렀다. 법과 사회에 관한 일반이론을 통하여 우리 법학이 안고 있는 전래의 한계를 드러내고 이를 재구성하고 싶었던 것이 저자의 치기어린 욕심이었다. 그리하여 학위논문 주제도 사회학적 법개념이라는 거창하다면 거창한 이론적인 테마였다. 그러나 이후 한국사회는 급격한 발전과 변화를 경험하였고 추상적인 법사회학 이론에 머물러 있기에는 학문에 대한 현실적인 수요가 예전과는 크게 달라지고 있었다. 저자가 박사학위논문 이후 차츰 “정보사회와 법” 및 “법조사회학”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 및 법의 지배의 진전과 무관하지 않다.

정보사회의 전개와 법의 변화에 관한 저자의 연구는 여전히 초보적인 관심사로서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법조사회학에 관한 경험적 연구는 비록 단편적이고 불완전하지만 어느 정도 축적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또한 사회적 필요에 의하여 이를 공표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2004년 이래 현실화되고 있는 일련의 사법개혁, 특히 로스쿨 제도의 전격적인 도입은 한국의 법조와 소송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저자의 법조사회학에 관한 연구들을 묶어 책으로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영문으로 발표된 것은 우리말로 옮기기도 하고 일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잡지에 게재된 것은 다듬어 싣기도 하였으며 또한 심포지엄, 토론회 따위에서 발표되었던 글들을 재구성하여 포함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정식 발표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글들도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을 구성하는 글들은 대개 경험적 연구의 결과물들이다. 특히 각 장마다 필요하다면 반드시 원자료를 재구성한 표를 첨부하여 저자의 해석 근거를 분명히 하였다. 경험적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그 근거자료를 명확히 밝히지 아니하여 진위를 확인하기 곤란하다면 이는 경험적 연구로서의 가치를 크게 손상하는 일이라고 보기에 저자는 항상 엄밀한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회피하고자 노력하였다.

소송과 조정의 현황 및 판사, 검사, 변호사의 실태에 관한 연구가 이 책에 포함되고 있거니와 돌이켜보면 피상적인 관찰과 연구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참여관찰 따위의 방법을 통해 깊이 있는 정성적인 연구를 수행한 것이 드물었다. 특히 법조 중에서는 법관에 대한 분석에 치중하여 검사와 변호사의 업무실태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가 부족하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한국사회의 법률 수요의 최근 변화를 저자가 미처 따라잡지 못한 결과로서 추후의 연구에 의하여 반드시 보완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이 책의 출간에 많은 분들의 노고가 숨어 있다. 저자의 은사이시면서 저자의 연구에 실질적 도움과 지도를 주셨던 최대권 교수님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최 교수님의 사상과 업적을 그대로 이어받아 이루어진 것이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또한 법사회학 선학이시면서 역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한상희 교수님과 이상영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물론 후배이자 학문적 동료인 황승흠, 이국운 교수님의 조력이 없었다면 이 책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새사회연대를 책임지고 계신 이창수 대표께서도 자료의 제공과 조언을 아낌없이 주셨다. 모두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또한 출간은 흔쾌히 허락해주신 동국대학교 출판부 김윤길 부장님과 세밀한 교정과 편집에 애써주신 이덕렬 선생님의 노고가 없었다면 이 책이 이렇게 훌륭한 모습으로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누구보다 저자의 처와 아이들이 인내를 발휘하여 도와주었기에 저자로서는 편안히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 안고 있는 오류와 미숙함이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저자에게 책임이 있다. 모쪼록 장차 사회과학적 증거와 분석에 기초한 법조정책 및 사법정책의 수립과 법사회학의 학문적 발전에 이 책이 작은 보탬이라도 된다면 저자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앞으로도 이 책을 보완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을 약속드리면서 짧은 저자의 변을 맺고자 한다.

책소개 발문

최근 한국사회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영역을 거론할 때 사법과 법조를 빠뜨릴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의 모습이 해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어 누군가 이를 정리해두지 않으면 현재 한국의 사법과 법조의 모습은 역사학의 과제로만 남게 될 운명이다. 이 책에서는 한 소장 법사회학자가 2000년대 중반의 사법과 법조의 여러 단면들을 사회과학적 방법을 동원하여 분석해내고 있다. 시종일관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방법으로 사법 현실과 법조계의 현황을 드러내고자 하는 저자의 태도는 사회과학적 접근이 부족했던 이 분야에 새로운 귀감이 될 법하다. 이러한 분석을 통하여 저자는 사법개혁과 법조개혁이 합리적 증거와 과학적 분석의 기초 위에 추진되어야 함을 넌지시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