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시스템과 혁신전략

위기, 폭락, 붕괴…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탈출구를 만든다!

 영미식의 시장지향적 세계화를 지속해 온 세계경제체제가 내포하고 있던 불안정성은 결국 199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1990년대 아시아의 외환위기, 2000년 초 나스닥 시장의 폭락, 최근의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한 세계적 금융 위기 등을 초래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제 세계경제체제와 경제현상에 대한 인식의 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기업지배’와 ‘혁신’의 문제가 오늘날 국가경제 시스템의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개의 영역을 과거와 달리 통합적으로 다루어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기업지배’는 주로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하여 정태적 시각에서, ‘혁신’은 기술 측면에 중점을 두되 동태적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됨으로써 두 영역의 통합적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21세기 지식·정보사회로의 진입과 경쟁의 심화가 ‘기업지배’와 ‘혁신’이 통합된 국가 특유의 기업지배시스템과 혁신전략의 구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의 미국발 세계적 금융 및 경제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두 영역의 통합적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배 또는 규율과 혁신이 동시에 강화되어야 가능한 기업의 생존과 성장

 저자는 기존 ‘기업지배시스템’의 영역이 주로 국가 간 기업 부문의 경쟁력, 금융시장 개방 하에서 국제투자자의 주주중심 경영과 투자자 보호 요구, 국내 기업 영역에서의 소액투자자 보호 등 대리 문제 규율의 측면에서 관심을 끌어왔으나, 기업의 경영자 규율인 대리 문제의 감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혁신’은 주로 기술과 산학협력의 차원에서만 강조되어 옴으로써 제도적 차원에서 통합적·체계적으로 전개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기업의 생존과 성장은 지배 또는 규율과 혁신이 동시에 강화되어야 가능하고, 기업이나 경제의 핵심 이해관계자는 자본과 노동이므로 기업지배와 혁신의 영역은 이들과 관련된 유인과 제약 틀로서의 제도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기업지배’와 ‘혁신’은 기업 내·외부적으로 중첩되는 영역을 가진다. 이 둘에 대해 통합적으로 접근하면 미시적 측면으로는 통합적 기업이론의 전개 문제, 거시적 측면으로는 기업지배시스템과 혁신전략에 관한 통합적 고려를 위한 제도적 보완성 문제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제도적 환경의 변화는 경로의존성과 제도변화 이론에 기초한 새로운 시스템의 진화를 모색하게 하는데, 이러한 기본 틀의 바탕인 거시적인 제도적 환경 중의 핵심 요인이 비공식적 제약(문화, 가치, 규범 등), 법, 정치이므로 이들과의 관련성 하에, 제도로서의 ‘기업지배’시스템과 ‘혁신’시스템을 다루는 시각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다양성 등 비교자본주의의 논리는 이러한 틀 위에서 체계적으로 제도의 현황 분석과 새로운 제도 변화의 방법론을 모색했으나,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결정론적인 시각이 아닌 다양한 진화의 측면에서 파악되어야 하고, 새로운 제도적 보완성을 모색하는 데 초점이 놓여야 현실적 유용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지배와 혁신을 통합적 시각에서 파악해 보려는 시도의 산물이다. 그러기 위해 저자는 첫째, 제도이론과 자본주의의 다양성에 관한 접근의 틀에 기초하여 기업지배와 혁신에 관한 기존 문헌들을 고찰하고 두 영역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체계를 설정하여 미시적·거시적 논리를 설명하려고 하였다. 둘째, 지배와 혁신을 통합적으로 다루기 위한 제도적 논리는 기본적인 경제행위의 조정 방식과 경제의 주요 부문 간의 제도적 보완성이며, 이는 비교 제도우위와 산업전문화의 토대가 된다고 보았다. 셋째, 상대적으로 보완적 성격이 더 뚜렷한 국가 차원에서의 보완성 현상을 살펴보고자 역사적 흐름에 관한 연구들을 고찰하였다. 넷째, 국가 수준에서의 보완성의 틀을 두 가지로 분류하였으나 현실적으로는 중간 영역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할 것이라고 보았다. 다섯째, 이러한 틀 위에서 한국에서의 지배와 혁신시스템 간의 보완성과 변화에 대한 함의를 제시하였다.

 이 책은 제도론적인 접근에 대한 관심이 아직 일천한 국내 사정 때문에 외국 학자들의 기존 연구 문헌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 하여 집필되었다는 한계를 가진다. 하지만 지배와 혁신 간의 통합적 고려에 초점을 맞춰 국내에 소개함으로써 이러한 시각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킬 수 있고, 한국적 함의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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