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절차와 헌법소송

헌법재판소 탄생 이후 형사절차와 관련된 결정의 분석과 평가!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권보호를 위한 법의 역할과 방법론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 온 강동욱 교수의 새 책 ��형사절차와 헌법소송��(동국대학교출판부 刊)이 출간되었다. 

필자는 헌법재판소가 국가공권력 행사에 대한 헌법적 통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시민의 권리 신장에 크게 기여해 왔다고 보고 있다. 또한 헌법 수호기관으로서의 헌법재판소가 형사절차에서 시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고 적법절차가 보장되도록 한 노력과 그 결실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헌법재판소의 헌법적 가치 보장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2008년 가을에 개최된 한국법정책학회 학술세미나를 계기로 지난 20여 년간 형사절차와 관련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분석·평가하면서, 형사절차에 관한 법과 실무의 변화에 헌법재판소가 끼친 영향과 그 결실은 물론 형사절차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시각과 기준에 대하여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이에 형사절차를 각 영역별로 분류하여 순차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분석·평가한 논문을 다수 발표하는 등 연구를 지속해 왔으며, ��형사절차와 헌법소송��은 이러한 필자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헌법적 형사절차의 구현과 시민의 인권보장 실현을 위하여! 

이 책은 1988년 9월 헌법재판소가 설치된 이후 2011년 6월 최근까지 헌법소원이 청구되거나 위헌제청된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가운데 형사절차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고, 이를 형사소송의 진행순서에 따라 정리한 후 각 주제별로 그 청구취지와 결정요지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결정들이 우리나라의 형사절차에 관한 입법과 그 변화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살펴보고, 적법절차의 보장에 따른 헌법적 형사절차의 구현과 피의자·피고인의 인권보장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그 결정들의 당부當否에 대하여 분석·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는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신장되어 왔으며, 우리나라 형사절차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해 왔는지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형소법의 개정을 통해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 적법절차가 강조되었고,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인권보장은 물론 피해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각종 제도의 도입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필자는 최근 각종 범죄가 만연하고, 특히 흉악범죄나 강력범죄가 빈발함에 따라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요구되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적법절차 보장의 요청이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리고 비록 일부 사례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형식적인 규정 해석에 머물거나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헌법적 가치 수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주어진 역할과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필자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범죄수사와 공판절차에 있어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인권보장이 상대적으로 경시될 우려가 크므로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형사절차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인권침해적 요소를 없애고, 적법절차에 의해 형사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지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1988년 설치 이후 현재(2011. 06)까지 헌법재판소가 형사절차와 관련 법령의 발전에 기여한 성과와 문제점을 고찰해 보는 것은 미래의 적정하고 인권보장적인 형사절차의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책 속으로

헌법개정 초기에는 형사절차에 있어서도 종래 권위주의 시절의 실체적 진실주의와 직권주의 소송구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따라서 여전히 범죄혐의사실의 발견과 범죄자의 처벌이 강조되면서 수사의 편의와 공판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추구하는 수사기관을 비롯한 형사사법기관의 실무와 관행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또 헌법상 보장된 권리의 실현을 위한 법개정이 제대로 뒤따르지 않으면서 일부 시국사건을 제외하고는 형사절차에서의 시민의 인권과 적법절차의 보장이라고 하는 헌법적 요청이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지속적으로 그 결정을 통해 형사절차와 관련된 법과 실무에서 헌법적 기준을 받아들이도록 입법의 개정과 실무의 변화를 도모하여 왔다. ― 6쪽 

수사절차에 있어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헌법재판소의 노력 또한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수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수사방법으로서 이용되고 있는 피의자신문이나 구속과 관련한 헌재결정을 통해 수사실무에 있어서 수사편의를 중시한 관행을 벗어난 적법절차에 따른 수사방법을 정착시켰으며, 피의자의 인권에 대한 침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의 개정과 더불어 제도적 장치들을 강구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수사방법이나 절차에 미친 헌법재판소의 영향은 매우 크다. ― 192쪽 

형사절차에 있어서 범죄해결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적법절차의 요청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것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경우에는 형사절차에 관한 청구사건의 결정에 있어서는 오직 헌법정신에 따라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려고 하는 의지를 나타냄으로써 그 역할에 보다 충실을 기할 것이 요구된다. ― 440~4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