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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의 텍스트 횡단하는 제국

저자 박광현·이철호 엮음
출판년월 2011-02
ISBN ISBN-13 : 978-89-7801-299-7 93800
판형 신국판 양장
페이지수 336쪽
판매가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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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이동’이라는 키워드로 식민지 시대를 다시 읽는다 

     

    ‘과거는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는 창이다.’ 이 명제는 참이다. 그리고 이 명제가 참임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과거’로 일제 식민지 시기만큼 적합한 ‘과거’는 없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식민지 시기를 다룬 책들은 수없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독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책들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너무 식상한 이야기들의 되풀이였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 ‘제국과 식민지 사이의 경계 인식의 문제’라는 진부하지 않은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책 『이동의 텍스트, 횡단하는 제국』(동국대출판부 간)이 출간되어 화제다. 다양한 관점이라는 말이 이 책의 글 열 편 가운데 네 편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쓰인 원고를 번역한 것이기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전혀 들어보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불과 100년 전 우리의 삶 주변에 자리잡고 있었음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동시에 식민지 시기에 관한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해석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가 분명히 존재했고, 그 세계는 당시의 우리를 그리고 어쩌면 현재의 우리까지도 마취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는 것이다.

    지금 여기 있는 우리에게 일제의 식민지 경험은 무엇을 남겼나? 

     

    식민지 시기의 조선은 어떤 장소 혹은 공간이었을까? 또 그곳의 사람들은 무엇을 경험하고 상상하며 살았을까? 이러한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필자들은 ‘이동(Mobility)’이라는 키워드로 식민지 시대를 다시금 읽고자 했다. ‘이동’하는 문화 주체들이 제국과 식민지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경험한 세계를 발견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을 근거로 새롭게 생성된 초국적인 문화가 당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문학을 비롯한 학술제도, 이민사, 문화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살피고자 했다. 

    식민지 시기에 관한 문화 연구자들로 구성된 필자들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식민지 역사는 지금-여기의 ‘우리’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유산이다. 그 유산 중에는 지배-피지배 혹은 제국-식민지라는 이분법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무수한 세계들이 존재한다. 그 세계의 모습을 다시금 구성하고 그것을 재인식하기 위한 작업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근대성에 관한 논의를 확대시켜 줄 것으로 믿는다.” 

     

    이 책의 제1부 ‘식민/피식민 사이의 문화 번역’은 일본 제국이라는 권역 안 인구나 제도의 ‘이동’에서 비롯된 식민-피식민 사이의 경합과 공모의 양상에 주목하며 주로 식민자의 문제를 다뤘다. 

    그리고 제2부 ‘식민지 조선의 공간과 장소 표상’에서는 근대 이후 한국인들이 ‘이동’이라는 행위와 관념을 통해 어떻게 개별의 구체적인 공간과 장소를 새롭게 발견하고 자기 구성의 동력으로 활용했는지에 대해서 살피고 있다.

    ■ 책 속으로 

     

    -조선인의 나태함은 조선인의 긴 담뱃대, 느릿느릿 진행하는 일처리 등의 상징적 시구를 통해 그려진다. 예를 들어 『조선잡기』는 일본인 목수라면 반나절에 처리할 일을 조선인 목수는 사나흘이나 질질 끈다고 주장한다. 조선인이 일본과 다른 민족이며 두말할 나위 없이 열등한 인종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합적 이미지는 반복해서 나타난다. (「‘식민지 이주자’의 목소리, ‘이민자’의 목소리」, 91쪽) 

     

    -이러한 철도창가라는 양식은 한편으로는 파노라마적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의 고정된 시점에서 바라보는 풍경의 무한한 연속만을 제시할 뿐이다. 그러한 시점의 변화는 앞장에서 살펴본 “오른편은 다카나와 센가쿠지 마흔일곱 의사 무덤 있는 곳 눈은 녹아도 남은 이름은 천년 뒤까지도”와 같은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특별한 의미를 제시하는 장면이 아니면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 국민국가 혹은 제국이 허용한 시선, 그리고 정서에 따라서 제 고향은 물론 이향의 삶과 기억, 정체성을 바라보게 하는 권력이 작동한다. 철도여행이 자연으로부터 현재성과 아우라를 박탈하고 자연을 풍경의 차원으로 격하시켰다면, 이러한 권력은 철도여행의 주체 혹은 철도창가의 독자나 가창자들에게 수동적인 태도를 암암리에 요구한다. 그리고 철도창가는 근본적으로 음악이 지닌 감각적 직접성으로 이러한 권력을 쉽게 은폐한다. (「일본의 식민지 철도여행과 창가」, 213쪽) 

     

    -1910년대를 전후해서 근대 지식인들이 일본 유학과 여행 체험에서 근대 문명과 주체성의 표상을 학습하는 ‘문명의 장소’로서 동경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자신들이 떠나온 고향 조선의 현재가 낙후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이라는 문명의 중심에 자리 잡은 동경이라는 장소는 낙후된 조선과 고도로 문명화된 일본 사이의 현격한 낙차落差를 경험하는 상상적 공간으로 격상된다. 때로 그 장소는 제국의 문명을 경험하는 식민지인들의 정체성이 유동하고 확장되는 공간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동경이라는 장소에 대한 지각체험이 불러온 것은 미개한 조선의 현재를 향해 애도를 표하는 감정과 문명의 중심인 일본의 현재에 대해 감탄하는 반응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전근대와 근대의 차이이며, 미개와 문명의 낙차이기도 하다. 그 차이의 경험이 최대치를 이루게 되는 순간이 그들이 문명의 중심인 동경에 발을 딛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이다.(「장소로서의 동경」, 248쪽) 

     

    -경성은 식민도시이자 제국의 ‘확장’이었다. 일본은 늘 식민지를 ‘식민지’라 부르기를 주저했다. 내지와 외지의 구분이 이를 대신했다. 물론 관료들은 조선을 베트남, 인도, 아프리카와 열심히 비교해 가며 통치했다(「총독부월보」는 늘 이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동심원 구조로 확장된 제국은 조선을 헌법역憲法域 밖에 두는 한편 통치역 안에 두었고 이를 ‘합병’이라 불렀다. ‘합병’이 이루어진 농도 짙은 공간에는 식민植民이 아니라 대규모의 이민移民-아니 이사가 이루어졌다. 공식적으로 또 공법적으로 제국은 확장된 것이지 식민지를 경영했던 것이 아니다.(「경성지리지, 이중언어의 장소론」, 283쪽)

  • 목차
    머리말 5

    제1부 식민/피식민 사이의 문화 번역

    식민지 ‘학지’의 경합과 형성 양상 - 식민지 조선에서의 ‘제국대학’설립 과정을 중심으로 ●박광현
    1. ‘경합’하는 조선의 ‘제국대학’ 담론의 장
    2. 『조선사강좌』 동인 그룹과 ‘경성제대’ 담론
    3. 경성제대와 새로운 분과 학문의 이식
    4. 초기 경성제대 교수진의 유형화
    5. 식민지 공공성의 확대와 조선인 지식사회의 주변화

    재조선이라는 시좌와 여행철학 - 도한 일본
  • 저자소개
    박광현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나고야(名古屋)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저서로는 『흔들리는 언어들』(2008), 『역사학의 세기』(2009)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문화연구』(2008), 『박물관의 정치학』(2009, 공역) 등이 있고, 그 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

    나카네 다카유키(中根隆行)
    와세다(早田)대학 제2문학부를 졸업하고 쓰쿠바(筑波)대학 대학원 문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