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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대 풍문의 시대를 읽다

저자 권보드래
출판년월 2008-02-24
ISBN 978-89-7801-212-6 [93300]
판형 신국판
페이지수 496쪽
판매가 판매가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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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우리 근대의 ‘암흑기’ 1910년대, 

    조선총독부 기관지《매일신보》를 통해서

    당시 사회와 문화, 그리고 인물들의 실상과 비틀림을 들여다본다.

    ‘1910년대’는 근대연구에서 ‘암흑기’라고 할 만큼 공백지대로 남아 있다. 1910년대 연구의 필수적인 일차자료로서 사실상 유일한 일간지였던 『매일신보』는 조선총독부 기관지라는 성격 때문에 오랫동안 금기시된 자료였다. 설사 자기검열식의 금기를 무시한다하더라도 자료의 방대한 분량 때문에 대체로 그냥 덮고 가기가 십상일 것이다.

    이 책은 공부재미를 천직으로 삼은 저자의 남다른 근기로 그러한 ‘금기’와 장애를 넘어서서 독자들에게 『매일신보』를 통해서 1910년대라는 암흑의 시대에 발을 성큼 들여놓게 한다.

    저자는『매일신보』의 기사를 정리하며 “풍문이라는, 채 언어화되지 않은 잡음”을 1910년대의 특징으로 눈여겨본다. 그래서 1910년대를 ‘풍문의 시대’로 명명했다.

    “풍문은 저항도 아니고 순응도 아니며 의식에도 무의식에도 귀속되지 않은 채 그 경계에 위치한다. 풍문은 스스로의 정신을 발견하지 못한 시대, 모색은 다양하지만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시대, 불안하게 웅성거리고 두리번거리듯 생활에 적응해 가는 시대에 어울린다. 1910년대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을까? 시대 자체가 그러했기에 1910년대에 대해서는 어떤 뚜렷한 인상도 형성되는 법 없이 ‘암흑기’라는 풍문만이 전해져 온 것이 아닌가?” (‘머리말’ 중에서)

    이 책의 주요내용

    이 책은 1910년부터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까지 10년에 걸친 『매일신보』기사를 총 13개 주제 하에 추려낸 후 주제마다 해설을 달았다. 각 주제는 다시 3~5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정리했다. 

    1910년대에 떠돈 각종 소문과 풍설에서부터 도시 생활의 변모와 학교 교육, 기생과 공진회와 공연 문화, 그리고 제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생활고와 물가난이라든가 노동 쟁의와 조세 저항, 나아가 국권회복 운동에 이르기까지 주제는 다양하다.

    이 책의 첫 장인 ‘소문과 풍설’은 1910년 일제 강점 직후의 흉흉한 소문이며 도깨비 괴담, 1910년대에 유독 성했던 신생 종교의 성장 등을 다룬 장이고, 마지막 장인‘국권회복의 실명들’은 강기동·채응언 등의 의병장과 국권회복단·대한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에 관한 기사를 모은 장이다.

    1910년대에는 이혼과 본부 살해가 매일이다시피 신문지상을 장식했다. 전에는 거의 보이지 않던 성병과 신경쇠약 치료제 광고가 범람하고, 가족 간 쟁송이 빈번하게 일어났으며, 한편에서는 족보 출판이 새로운 유행이 되었다. 편전(便戰)과 편사(便射)며 대색희(大索戱) 때 군중이 모여들었지만 운동회와 박람회라든가 탐승대회에도 대중의 호응이 적지 않았다.

    수십만이 참여했다는 행사가 드물지 않은 가운데 1915년 공진회는 1백20만이라는 관람인원을 기록한다. 연극과 활동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생이 공연문화의 스타로 대접받는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가로수를 꺾었다든지 문 앞 청소를 게을리 했다는 이유로 태형이 선고되는가 하면 부랑자라는 죄목으로 검거된 사람들이 쇠고랑을 찬 채 시내 청소에 동원되기도 한다.

    호열자가 유행하면 기차와 선박을 멈추고 승객들의 대변을 받아 검사하느라 소동이고, 서기나 기사 한 자리 알선하마는 사기꾼들은 전국을 나돌며 활개를 친다. 미국 여인으로 가장한 채 사기 결혼을 획책하던 남자가 체포되고 서독산 살인사건 범인은 엄청난 구경 인파 속에서 본정 경찰서로 이송된다.

    후반에 들어서서는 물가 폭등으로 인한 생활고가 심각했다. 쌀값이 2배 넘게 치솟는 중에 세민(細民)들은 아사지경에 허덕이고 하루 1원 가까운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마침내 각처에서 동맹파업이 잇따르고 임금 인상 요구가 격렬해진다. 토지조사나 증세에 대한 저항도 겹친다. 이 모든 정황이 1910년대에 속한다.

    그리고『매일신보』를 통해 확인한 바, 1910년대에 정치적 저항은 예상보다 거세다. 강점 직전 일제의 대대적인 진압에도 불구하고 의병운동은 1910년대 중반까지 명맥을 유지했고, 각처에서 비밀결사가 조직되어 군자금을 모집하고 친일 인사를 처단했으며, 해외에서도 서간도 광제회와 하와이 국민군단 등 독립운동단체 결성이 활발했다. 그 앞에서 위축과 경의를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1910년대 ‘풍문’의 지형을 그려내는 데서 시작해 ‘풍문 너머’를 엿보는 데서 끝나는 구성을 갖추었다.

  • 목차
    머리말
    제 1부. 불안하고 평온한 일상
    1. 소문과 풍설
    유언(流言)
    백백도(白白道)와 청림교(靑林敎)
    경성의 독갑이
    미신의 경계(境界)
    2. 천황과 총독과 왕
    축일과 제등(提燈)
    왕실의 일상
    은사공채, 산업계(産業契), 교풍회(矯風會)
    면(面)과 면장
    총독부 의원
    3. 학교와 그 주변
    입학과 경쟁
    학교 통제의 면면(面面)
    여학교와 여학생
    동맹휴학
    한학과 서당과 백일장
    4. 도시의 재구성
    시구개정(市區改正)과 도로
  • 저자소개
    권보드래
    문화연구 /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02-2260-8927(연구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
    한국 근대소설의 기원』『연애의 시대: 1920년대 초반의 문화와 유행』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으며 지금은 동국대학교 교양교육원 조교수로 일하고 있다. 몇 년래 ‘3·1 운동의 문화사’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해 왔다. 이 책은 그 첫 결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