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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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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신라 천년’이라는 낭만적 고대의 불멸하는 이미지는
근대 역사담론에서 어떻게 창안되었는가?
이 책은 ‘신라의 달밤’이나 ‘화랑도 정신’과 같이 낭만주의적이며 민족주의적인 시각 속에서 불멸의 이미지로 각인된 ‘고대민족국가 신라’를 의심한다. 역사상으로 존재한 ‘신라’와 신라에 관한 특정한 관념이나 형상은 동일하다고 말할 수 없다. 지금 신라의 역사는 실재하지 않는다. 해석하고 상상한 결과로서 드러날 뿐이다.
《신라의 발견》은 한국 근대문화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는 신라가 이해되고 상상되고, 궁극적으로 형성된 연원과 과정을 인문학의 여러 분야 학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해서 연구한 결과를 엮은 것이다. 근대적 신라관이 형성된 식민지시기의 학문과 예술, 대중문화에서 신라가 어떻게 이해되었고, 신라에 대한 어떤 지식이 산출되었는지를, 그리고 신라의 유산이 정치와 문화에서 어떻게 이용되었는가를 밝히고 있다.
‘신라’는 어떻게 ‘발견’되었는가
이 책의 제목에서 ‘발견’이라는 것은 신라에 관한 특정한 관념과 형상이 창출된 과정을 가리킨다. ‘신라의 발견’은 한국의 근대문화 내에서 고전적 위치를 차지하는 ‘신라’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창안된 형상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만들어진 전통’으로서의 신라 창안의 메커니즘을 구명한다.
‘신라’라는 형상은 민족의 단일한 이야기 형태로 그 민족역사의 인물과 사건을 통합하는 낭만주의적, 민족주의적 역사 담론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또한 그것은 국민국가 체제와 그것의 자기 확장 형태로서의 제국 체제에 궁극적으로 의존하는 정치적, 사회적 권력의 일정한 편제 하에서 필요에 의해 형성되었다. 즉, ‘신라’는 근대적 담론과 권력의 지배 하에서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한국 인문학계의 폐쇄성을 넘어선 학제적 연구 성과
이 책은 문학, 사학, 미술사학, 고고학, 일본학, 문화학 등 인문학 및 예술 분야의 여러 분과 영역의 학제적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10편의 글은 근대적인 신라관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판단되는 식민지시기의 학문과 예술에 초점을 맞추고, 역사학, 고고학, 미술사, 문학연구 등의 학문 분야와 시가, 소설, 기행문, 대중가요, 회화, 조각 등의 예술 분야에서 신라가 어떻게 이해되었는가, 신라에 대한 어떤 지식이 산출되었는가, 신라의 유산이 정치와 문화에서 어떻게 이용되었는가를 검토한다. 이 책은 한국 인문학계에서 답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학제적 연구의 벽을 넘어서서 이룬 성과라 할 수 있다.
책 속으로
신라와의 연계를 창출한 문화 생산은 한국인의 창조적인 작업의 중요한 일부이기도 했다. 신라 불교의 영광, 화랑의 무혼과 풍류, 신령神靈과 이인異人의 설화 등은 근대의 많은 문학자와 예술가에게 낭만적 고대의 불멸하는 이미지를 제공했다. ‘신라 천년’의 낭만주의라고 부를 만한 그 풍조는 역사소설에서 대중가요, 향토주의 회화에서 동양주의 무용에 이르는 여러 예술 장르와 양식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 근대 민족문화의 정립을 목표로 하는 학술적·예술적 작업에서 신라만큼 열성적으로 탐구되고 빈번하게 호출된 전근대의 왕국도 없다. 그런 만큼 신라는 한국 민족주의에 가장 유용한 것으로 판명된 상징, 설화, 교훈의 저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라는 근대 한국인이 그 자신을 이해하고 창조한 작업에서 지대한 의의를 가지고 있는 역사상의 과거이다. 기원전 1세기 후반에서 기원후 10세기 전반까지 한반도에 존재한 그 고대왕국은 근대 학문의 이념과 방법에 따라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이후 한국 민족문화의 연원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았다. 한국어의 기원이 신라어에 있다거나 한국 민족 고유의 사상이 신라 풍류에 있다거나 한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국가가 신라라거나 하는 주장은 한동안 움직일 수 없는 정설이었고, 많은 의심과 비판을 받았음에도 한국학계의 일각에서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다.
신라는 또한 한반도에 번성한 동방문화의 가장 찬란한 증거로 간주되었다. 신라의 문화 유적이 역사학, 고고학, 미술사의 조명 아래 그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하자 그것은 즉시 한국에 현존하는 최대의 보화로 인정되고 흠상된 동시에 한국인의 민족적 자존의 주요 원천이 되었다.
민족문화의 연원으로서의 신라라는 형상은 역사상으로 존재한 그 국가의 사실적인 재현이라기보다 민족문화와 같은 민족주의의 용어들, 연원과 같은 역사주의의 용어들에 의존한 담론적 실천의 소산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것은 한 민족의 단일한 이야기 형태로 그 민족의 역사상의 인물과 사건을 통합하는 낭만주의적·민족주의적 역사 담론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또한 그것은 국민국가 체제와 그것의 자기확장적 형태로서의 제국 체제에 궁극적으로 의존하는 정치적·사회적 권력의 일정한 편제하에서 형성된 것이다.
‘신라의 발견’이라는 이 책의 제목에서 ‘발견’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것은 그러한 근대적 담론과 권력의 지배하에서 신라에 관한 특정한 관념과 형상이 창출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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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이 책을 펴내며
제 1 부 신라의 발견
-근대 한국의 민족적 상상물의 식민지적 기원
1 신라, 조선사의 고전적 고대
2 일본 역사학과 고고학이 발견한 신라
3 『무영탑』, 『원효대사』, 민족의 로맨스
4 신라, 전쟁기의 치명적 상징
‘통일신라’의 발명과 근대역사학의 성립
1 국사교과서의 ‘통일신라론’
2 통일신라론의 발명
3 통일신라론의 수용
4 통일신라론의 확립
5 통일신라론의 의의
근대 시각문화 속의 -
저자소개
* 필진 소개 (논문게재순)
황종연
동국대학교와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동아시아언어문화과에서 수학했고, 논문 〈한국문학의 근대와 반근대〉로 동국대에서 박사를 받았다. 저서에 《비루한 것의 카니발》(문학동네, 2001) 등이 있으며, 현재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윤선태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 국사학과에서 수학하여 박사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한국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