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한국불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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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동국대학교 HK연구단 ‘인문한국불교총서’ 시리즈 제1탄 출간
이 책은 아홉 개 테마로 한국불교를 써 내려간다. 천육백 년 장대한 한국불교를 몇 개 테마로 어떻게 해 보겠다는 게 맹랑한 짓인 줄 알지만 적절한 절단면을 통해서 한국불교의 속내를 탐사하는 것도 한국불교를 이해하는 데 꽤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 탐사는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HK연구단이 ‘글로컬리티의 한국성: 불교학의 문화확장담론’이라는 이름으로 10년 간 진행할 것이다. 이 기획으로 한국불교가 가진 지역성뿐만 아니라 그것이 이룩한 세계성을 추출하고자 한다. 이로써 한국불교의 고유성과 그것의 보편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하고 그것을 현재적 의미로 확산하고자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조망 아래 이루어진 첫 연구 성과로서 크게 세 갈래로 구성됐다. 첫째 ‘사유와 가치’에서는 유식, 충의, 하늘, 둘째 ‘종교와 국가’에서는 제정일치, 원력, 사전(寺田), 그리고 셋째 ‘문화와 교류’에서는 자장, 변체한문, 연등회·팔관회를 주요 테마로 다루었다.
이 일차 성과는 한국불교의 고유성 탐색에 좀더 무게를 두고 진행된 연구 결과이다. 그 때문에 기존 연구에서 행하지 않은 새로운 연구를 시도했고, 그 결과 새로운 지대에서 한국불교의 고유성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감히 기대한다.
아홉 개 테마가 집중하는 시기는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이지만 개별 테마는 한국불교 전체를 관통하는 방식으로 기술됐다. 그래서 단순한 논문 모음이 아니라 일반 독서대중이 한국불교의 안쪽 면을 보다 손쉽게 더듬을 수 있도록 개설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동국대학교 HK연구단은 ‘인문한국총서’ 시리즈로 매년 ‘테마Thema 한국불교’를 간행할 예정이다. 연구단이 10년간 기획한 전체 90개 테마는 각각의 절단면으로 한국불교의 새로운 지대를 확인하고 탐사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 후 이 시리즈가 완간됨으로써 일찍이 없던 새로운 ‘한국불교사’가 출현하길 희망한다.
책 속으로
동아시아의 유식학은 8세기를 전후해서 당과 신라의 유식학자들에 의해 가장 활발히 꽃피웠다고 볼 수 있다. 신라 출신 유식학자들 가운데는 원측과 같이 중국 법상종의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를 형성한 인물도 있고, 의적과 같이 규기의 견해를 적극 비판하면서 보다 융합적이고 일승적인 견해를 표방한 인물도 있으며, 경흥과 같이 중국 법상종의 견해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한 인물도 있다. 나아가 순경·원효 등이 제기한 현장의 유식 비량에 대한 비판은 보편적인 사유 법칙을 추구한 유식학의 학문적 태도가 당시 신라에 매우 성숙한 모습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 생각된다.
― 58쪽, 1. 유식
고대 한국에 불교가 전래됐을 때, 불교는 업설이라는 새로운 운명관을 제시했다. 그것은 천신의 운명 지배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결정론적인 운명론을 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교 내부에 존속한 하늘 관념과 고대 한국에 재래한 하늘 관념은 당시 불교도의 사유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했다. 특히 당시 중국과 한국에서 대단히 각광을 받았던 정토계 경전인 『무량수경』과 그 신라 주석서에는 이런 사유의 접촉과 변이가 강하게 드러난다.
― 105쪽, 3. 하늘
실제로 불교 수용 이후 삼국의 왕들은 전륜성왕의 이념을 빌려 왕권을 강화했다. 고구려의 광개토왕은 ‘호태성왕好太聖王’이라 불렸고, 백제의 성왕은 생전에도 성왕으로 불렸는데, 이는 성왕 스스로 전륜성왕을 자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국 가운데 특히 전륜성왕설을 통해 적극적으로 왕권강화책을 강구한 나라는 신라였다. 신라에는 전륜성왕 이념이 진흥왕 시대에 도입되어 정복군주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정당화하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했다. 진흥왕은 아들들의 이름을 전륜성왕을 나타내는 동륜銅輪과 사륜舍輪 등으로 짓고, 황룡사 장육존상丈六尊像을 조성하며, 순수비를 건립하였는데, 이는 그가 전륜성왕설을 알고 실천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로 거론된다.
― 149쪽, 4. 제정일치
전장田莊이란 대토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원이 소유한 대토지를 가리키는 용어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중국의 경우, 학자들은 장원莊園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지만 사료에는 장전莊田이라는 용어가 가장 빈번하게 나온다. 일본에선 장원이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특별히 사령장원寺領莊園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였다. 반면 한국은 장원이라는 용어가 사료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에 준하는 말로 전장, 장전莊田, 전원田園, 농장農莊, 별서別墅 등이 나오고, 이를 대표하는 용어로 일찍부터 전장을 사용하였다.
― 225쪽, 6. 사전
이와 같이 한자·한문이 수용·확산되는 한편으로, 삼국시대의 몇몇 금석문에는 비한문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문장, 곧 변체한문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변체한문은 한문의 미숙한 구사로도 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고립어인 중국어와 교착어인 한국어의 구조적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문자의 한국적 수용이라 할 수 있는 변체한문은 어순의 재배치와 한자의 한국어 문법 형태화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요소 중 하나만 나타나기도 한다. 전자는 한문의 어순인 ‘주어+동사+목적어’를 한국어의 어순인 ‘주어+목적어+동사’로 바꾸는 것을, 후자는 한자로 우리말의 조사나 어미를 표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 287쪽, 8. 변체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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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_ 김종욱
총 설_ 김용태
제1부 사유와 가치
유식唯識 _ 박인석
Ⅰ. 중국의 유식학
유식학이란 / 중국 유식학파의 성립
Ⅱ.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의 유식학
삼국시대 유식학의 도입 / 통일신라 유식학의 융성
Ⅲ. 고려의 유식학
신라 유식학 전통의 계승 / 유식학풍의 쇠퇴
■ 한국 유식과 보편성의 추구
충의忠義 _ 김호귀
Ⅰ. 불교와 충의
불교와 국가 관념 / 충의사상과 정법의 관념
Ⅱ. 신 -
저자소개
김용태
동국대 HK교수, 한국불교사 전공, 서울대 국사학과 박사,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중점연구소 연구교수 역임. 『조선후기 불교사 연구–임제법통과 교학전통』(신구문화사, 2010), 「역사학에서 본 한국불교사 연구 100년」, 「동아시아의 징관 화엄 계승과 그 역사적 전개」, 「조선전기 억불정책의 전개와 사원경제의 변화상」, 「동아시아 근대 불교 연구의 특성과 오리엔탈리즘의 투영」
박인석
동국대 불교학술원 조교수, 중국불교 전공, 연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