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서의 텔레비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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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텔레비전 드라마를 문학장場에서 진지하게 이야기한다고?!!
20세기 말, 한국 문단의 화두는 문학의 위기와 종언이었다. 문자와 지면이라는 종이 출판의 한계와 독자의 외면이 논란의 중심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대안으로 전자출판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고 있었다. 이때, 학계에서 입지가 협소할 뿐만 아니라 서얼 또는 이단이라 불리는 사뭇 ‘진지한 연구자들’이 등장했다. 이 연구자들의 연구 대상은 바로 텔레비전 드라마!
텔레비전 드라마 연구자들에게 ‘진지한’이라는 수식을 덧붙이는 이유가 있다. 이는 ‘텔레비전’에 덧씌워진 ‘바보상자’라는 오랜 편견과 혐오로 인해 ‘드라마’가 연구의 대상이 아닌 저급한 오락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성급한 정서가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자들은 애써 심각한 인상을 쓸 필요가 있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드라마의 문학적 문법을 내밀하게 더듬고 있는 문학연구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문학의 위기와 종언을 넘어 문학의 영역을 문자와 지면에서 영상과 화면으로까지 확장하는 필자들의 명쾌한 해석과 논리는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이 될 것이다. <싸인>, <하얀거탑>에서 <다모>, <대장금>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드라마가 문학연구자들에 의해 심도 있게 파헤쳐지는 가운데, 드라마는 일상에서 만나는 ‘문학’의 지경으로 다시 다가올 것이다.
문법은 [성문기초영문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추노>의 영상 언어 문법을 파헤쳐 보자
박노현은 화면으로 공개되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고유한 요소인 ‘영상’이 시청자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필자는 텔레비전 드라마가 작가가 쓴 대본, 즉 문자 언어에서 시작되며, 이 문자 언어를 촬영 및 편집으로 가공할 때 영상 언어가 탄생한다고 말한다. 말의 전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신자의 의도에 맞게 수신자가 받아들이느냐이다. 영상 언어 또한 마찬가지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영상만으로 어떤 의미를 전달한다고 할 때 사용되는 편집 문법들이 있고, 드라마 연출자 또한 시인이 시를 짓기 위해 조어造語하는 것처럼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여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드라마 <추노>의 경우를 영상 언어 문법의 실현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조어를 시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시청자들에 의해 큰 호응을 이끌어 내는 효과적인 언어로써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빈번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영상 언어에서 규칙을 발견하여 문법화하고 있다. 영상 언어가 문자 언어의 근원적 한계들, 즉 국가와 민족들 간의 의사소통 불허라는 바벨탑의 저주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필자는 주목한다.
해리와 신애는 더 이상 톰과 제리가 아니다
-유산계급과 무산계급의 갈등 극복기! <거침없이 하이킥>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은 ‘하이킥’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하이킥 시리즈는 높은 시청률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제들(88만원 세대, 가족 문제 등)을 날카롭게 포착하면서 이슈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시트콤이라는 장르적 태생의 한계를 생각해 본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트콤SIT-COM은 시추에이션 코미디Situation Comedy(상황희극)의 약칭으로, 고정된 무대와 등장인물을 배경으로 매회 독립된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엮어 가는 코미디 양식의 TV 드라마 장르이다. 이름에서처럼 시트콤 장르의 가장 큰 덕목은 웃음에 있다. 과연 <지붕 뚫고 하이킥>은 어떻게 웃음과 사회 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일까? 한재연은 그 이유를 최근 <개그 콘서트>의 주류가 된 사회비판 풍자 개그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진단한다. 무겁고 어두운 사회 문제를 가볍고 재밌는 상황 설정을 통해 웃음으로 만들지만, 그 내부에는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저항이 있다. ‘해리’라는 이기적인 아이의 성격에서 유산계급의 과도한 욕심과 ‘신애’라는 가난하지만 먹성 좋은 아이에게서 전형적인 무산계급의 살기 위한 투쟁이 만나 계급 갈등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갈등은 그 주체가 아이라는 상황 설정에서 웃음을 유발하지만, 대척점에 있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계급의 표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필자는 다양한 소품들,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에서 심층적 의미들을 포착하고 있다.
작품론과 작가론, 비교문학론 등의 다양한 형식을 통해 텔레비전 드라마를 문학적으로 포착하는 시선은 낯설지도 딱딱하지도 않다. 우리가 즐겼던 드라마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보게 될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지점을 이 책은 제시해 주고 있다. 대중문화에 매몰되어 수동적 소비주체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 해석을 통해 능동적으로 소통하는 시청자의 전형을 연구자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시대를 반영하는 드라마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열두 편의 진지한 접근, ��문학으로서의 텔레비전 드라마��가 기대되는 이유다.
책 속으로
문학연구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는 아직까지 무엇인가 미심쩍고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텍스트로서 존재한다. 2000년대 이후, 대중적 오락물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던 텔레비전 드라마를 문학연구의 텍스트로서 ‘진지하게’ 접근하는 연구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문학장에서 텔레비전 드라마의 이미지는 이단 혹은 서얼에 가깝다. 하지만 시계視界를 넓혀 면면한 문학의 역사를 조망해 보면 ‘문학적인 것’의 존재 양상으로서 구술-문자 이후의 자리를 영상이 차지할 수도 있다는 가정은 이제 더 이상 가정으로만 머물지 않고 의미 있는 실재實在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가고 있다.
-7쪽
대중매체를 통해 방영되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성패는 대중적 인기, 즉 대중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상품으로서 텔레비전 드라마는 수요되지 않으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는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조기 종영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텔레비전 드라마에 있어 대중성은 중요한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된다. 그렇다고 시청률이라는 한 가지 잣대만 가지고 드라마를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텔레비전 드라마는 상품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작품(창작물)이기 때문이다. 즉, 텔레비전 드라마는 ‘수용을 전제한 창조 행위’이다.
-19쪽
텔레비전 드라마의 형식 미학이 극예술의 형식 미학에 그 토대를 두되, 인접해 있는 다른 문학 장르와의 교섭을 통해 형성된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오늘날 문학이 위기 혹은 종언에 처한 것이 아니라, 문자와 지면을 넘어 영상 혹은 화면과 조우함으로써 형질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문학의 현재적 역동성을 확인함에 있어서도 유의미한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33쪽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텔레비전을 편하게 접하며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연속극의 경우 시청자들은 한 회분의 드라마에 대해 완결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연속적인 활동으로 이해하며 종합적으로 사고하게 된다. 텔레비전 미디어의 속성은 제작자와 시청자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적인 체험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12쪽
불과 백 년의 역사를 지닌 채 여전히 진화 중인 첨단의 영상은 아득히 먼 고대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첨단의 영상은 실제와 화면의 구분을 무화시킬 만큼 나날이 발전해 가면서도 원시의 그림이 지닌 분할과 분리 이전의 언어적 기능을 고스란히 상속받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미니시리즈 <추노>의 빼어난 미장센은 원시와 첨단의 통섭으로서 텔레비전 드라마의 영상 언어가 다다른 현재를 가늠케 해준다. 그것은 곧 형상形象과 형언形言이 동시에 달성되는 미학적 영상 언어의 탄생이다.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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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5
제1부 일상을 재현하는 텔레비전 드라마 : 동시대극
백경선 텔레비전 드라마 <굿바이 솔로> 연구 17
박명진 TV 드라마 <하얀 거탑>에 나타난 영상 미학과 각색의 의미 연구 45
김윤정 이경희 미니시리즈의 극작술 연구 75
주현식 텔레비전 드라마 <싸인>의 시작 방식과 연행성 99
권두현 추리의 서사와 인정투쟁의 드라마 129
제2부 역사를 사유하는 텔레비전 드라마 : 시대극
배선애 TV 드라마 -
저자소개
백경선_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명진_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윤정_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주현식_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권두현_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배선애_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양근애_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윤석진_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노현_ 동국대학교 문화학술원 한국문학연구소
박미란_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태연_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한재연_ 인하대학교 한국학과